국토 70%가 산
우리나라는 국토 70%가 산이다.
그래서 산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산 높이는 2,000미터 이하여서 고산병이 오는 높이도 아니다.
산세가 험한 산도 있지만 대부분 등산할 만한 산이다.
반면에 해외 국가들을 보면 등산할 만한 산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 많다.
평지가 많은 국가도 있고, 산이 있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타고 시 외곽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산이 있다고 해도 규모도 크고 험하고 높아 길을 잘못 들었다가 조난 당할 수도 있다.
자연조건을 볼 때 한국인에게 산은 낯선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 보이고 학교 교가에도 산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심지어 애국가에도 산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산은 두려운 대상이 아닌 친숙한 대상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산을 바라 보기만 하지 않고 등산을 한다.
그런데 과연 친숙해서 등산하는 게 전부일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세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 등산 과정을 즐긴다
결과를 중시하고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이지만 때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외국인들이 보면 산을 즐기지 않고 정복하기 위해 빠르게 올라간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속도 기준으로 보면 등산은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이렇게 많은 등산 인구가 생기고, 각종 장비와 옷 브랜드가 한국에서 강세일 리 없다.
산은 높이가 비슷해도 산세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다.
그래서 등산을 하면 산마다 주는 즐거움이 다르다.
정상을 목적으로 등산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마다 등산하는 과정이 다르고 재미있다.
산을 오르면서 보이는 풍경도 다르고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서 시야도 다르다.
같은 풍경이라고 해도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과 땅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 다른 것과 같다.
등산하는 과정 중에 나무, 식물, 물, 폭포, 곤충, 동물 등등 다양한 풍경을 보며 산을 오르다 보면 그 과정이 즐거워진다.
등산하는 걸 생각할 때,
어차피 내려올 걸 왜 올라가냐?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이 의견은 등산을 노동으로 보는 견해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밥을 먹어도 몇 시간 뒤면 다시 배가 고프다.
그렇다고 해서 밥을 안 먹을 것인가?
어차피 배고플 거 왜 밥 먹냐?
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밥 먹는 행동이 노동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보기 때문이다.
밥을 먹기 위해 요리를 하는 수고가 있지만 그것만 보는 게 아니다.
밥을 먹었을 때에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있으니 얼마 뒤 배가 고플 걸 알지만 먹는 것이다.
산은 올라가 봤자 다시 내려와야 하는 수고만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등산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르는 과정이 재미있고 수고한 만큼 그 이상의 결과를 주는 걸 알면 더 이상 산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게 된다.
두 번째 조용하다
우리는 싫든 좋든 소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백색 소음이니 해서 약간이 소음이 도움이 된다고 야이가 한다.
그러나 대게 소리를 골라 듣지 못하고 원치 않는 소리를 들으며 산다.
그나마 작은 해결책은 노이즈 캔슬링 되는 이어폰을 끼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는 방법이다.
소음을 듣지 않기 위해 거의 귀를 막아야 하는 수준이다.
산은 사람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다.
이후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산과 접하며 살아왔다.
산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풀벌레 소리, 동물들의 소리.
이 소리들은 사람이 만들어 낸 소리가 아니고 예부터 지금까지 함께 들어왔던 자연의 소리라서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잔잔하게 들리면 생각이 정리되고 잡념에서 자유로워진다.
산을 오르면 평지 구간을 걸을 때가 있고 가파른 구간을 걸을 때가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숨소리와 자연이 주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한다.
소리가 있지만 시끄러운 소음이 아닌 소리.
이때가 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순간에는 자연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외적인 환경이 조용해서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차분해진 내면으로 인해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오로지 눈앞의 한걸음 한걸음에 집중하는 것 외엔 생각하지 않는다.
등산하기 전 머릿속으로 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하나둘씩 지워진다.
의식적으로 한 가지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 가지에만 몰두하게 된다.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머리는 쉬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산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풀 그 외의 자연환경들이 머리를 쉬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것은 티브이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많은 출연자들이 산에 사는 이유다.
산은 바다에 비해 접근성도 좋고 음식을 구하기 쉽다.
그래서 생활하기 쉬운 것도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조용하기 때문이다.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산의 모습.
산의 조용한 환경이 자연인들에게 다사다난했던 지난 인생을 정리해 주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 교제
등산은 혼자 하며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어쩌면 인원 제한이 없는 스포츠라는 생각도 든다.
인원에 대한 유연함 때문인지 산악회, 동아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등산의 목적을 정상 정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격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친해지기 좋은 과정이 등산 안에 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산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등산을 하다 보면 내외적으로 평온해진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
등산은 달리기처럼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숨이 찰 만큼 뛰어야 하는 스포츠도 아니다.
함께 온 사람과 속도를 맞추고 동일한 목적을 향해 가는 스포츠다.
평탄한 구간에서는 서로 이야기하며 지나가고, 험한 구간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뤄지다 보면 서로 좋은 감정이 생긴다.
실제로 등산을 하다 보면 연인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같은 상태에 함께 산에서 또는 하산 후 함께 식사를 하다 보면 친밀도가 더 높아진다.
등산은 인생의 과정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함께 등산을 하며 어려운 일들과 쉬운 일들을 헤쳐 나가기 때문이다.
오기 싫은 등산이나 평소 보기도 싫은 사람과 하는 등산이 아니라면 등산은 친해질 수 있는 모든 상황과 환경이 갖춰져 있다.
안전한 등산을 위해
등산은 산과 교제하기도 하지만 함께 온 사람들과도 교제를 한다.
산을 우습게 보고 등산이 쉬워 보여서 준비 없는 산을 오르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전한 산행은 등산 경력과 횟수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방심하지 않고 안전 수칙을 지켜서 산행을 한다면 산이 주는 즐거움과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