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튜버를 꿈꾸다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자유 의지 없이 누가 정해줬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삶인지도 모르고 살다 간다면 후회만 남는다. 내게 맞는 인생을 살다 갈 걸. 다른 길도 찾아볼걸 하는 후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다 가야 후회가 없을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정답은 없다. 다만 내게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을 살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가장 최적화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일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모두 다 해보기엔 직업도 다양하고 시간과 돈의 제약이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직업들 중 먼저 훑어보게 되는데 그중 여행 유튜버가 많은 주목을 받는 직업 중 하나로 보인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었는데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여행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 관심은 단순히 남들 다 가는 국가와 여행 코스에서 의외의 국가와 여행 코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티브이에서 해외를 보면 연예인들이 해외 촬영을 가서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뻔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여행 유튜버들은 티브이에서 볼 수 없는 여행지의 현실을 보여 주자 관심이 커졌다.
해외, 국내 여행도 하고 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알려진 여행 유튜버. 진입 장벽도 낮으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성공하기도 어렵다. 가장 먼저 언어와 지리의 장벽이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어서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국가는 스마트폰 실시간 번역과 바디 랭귀지를 해 가며 여행이 가능해졌다. 지리적 문제는 구글 맵을 통해 지도를 보고 여행 코스를 만들고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예전에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극복 가능한 일이 되자 여행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여행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서 100만 여행 유튜버가 되어서 전 세계를 누비려는 꿈을 꾸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세상이다.
그러나 핑크빛 기대와 달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 부업이 아닌 창업
여행 유튜버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퇴사해서 할 만큼 만만한 일도 아니다. 부업으로 하다가 조회 수가 오르고 구독자가 늘어나면 본업으로 삼아야 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계획을 세우고 전력을 다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하는 창업과 같기 때문이다.
부업은 기대 수익은 달라도 일을 하면 돈은 벌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은 일을 해도 수익이 안 날 수 있다. 초반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수익이 안날 수 있다. 수익이 났다고 해도 이 벌이로 미래를 준비하기엔 부족한 돈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창업이다.
여행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오늘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 찍고 업로드했다고 해서 고생한 만큼 조회수도 안 나오고 구독자도 없다. 처음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영상을 업로드하지만 예상한 만큼의 수익이 안날 수 있는 일이다.
정해진 일을 하는 부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1인 창업자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으로 생각하면 쉽다. 오늘 동네 어귀에 식당을 냈다고 가정해 보자.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메뉴인데도 손님이 없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난다 한들 그 결과는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SBS 골목식당 프로그램이 나오고 설루션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행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을 혼자 다 해야 하는 일을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여행지에서 흔히 말하는 유튜브 각을 봐야 하고, 돌발 상황도 대처해야 하고,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게다가 꾸준함도 있어야 한다.
식당을 개업했는데 손님이 없다고 한 달에 한 번 열고 영업을 하면 살아날 길이 없는 것처럼 여행 유튜버도 조회수와 구독자가 없다고 해서 몇 달에 한 개 영상을 올리면 성장할 수 없다.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부업과 달리 모든 것을 봐야 하는 여행 유튜버는 창업자와 같다.
두 번째 초기 비용 극복
창업을 하면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비용과 적어도 1년은 버틸 자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행 유튜버는 가성비가 낮다. 한마디로 투자한 만큼 기대 수익이 적다는 뜻이다.
한 여행 유튜버들이 한 달에 1,500 ~ 2,00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비가 거의 그만큼 지출된다고 한다. 경비가 얼마큼 지출되었는지 모르지만 1,500만 원을 벌고 1,300만 원 경비 지출했다면 200만 원 번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던 유튜버도 60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인데 그 이하 유튜버들은 오죽하겠는가? 사업이 되려면 마진이 좋아야 한다. 1,500만 원 벌고 1,300만 원 지출하면 직장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이다.
이렇게 마진이 적다는 이야기는 조그만 실수가 있어도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여행 유튜버는 마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500만 원을 들여 동남아시아를 갔는데 조회 수가 잘 나와서 5,000만 원을 벌 수도 있다. 그런 로또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지만 1년 이상 여행 유튜버 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되는 조회수와 수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따져 봤을 때 가성비가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장비
여행 유튜버로 시작한다면 장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고프로 카메라와 노트북 그리고 여분의 메모리 카드와 배터리가 있어야 충분한 촬영과 편집이 가능하다.
2024년 10월 2일 기준으로 고프로 (Go pro) 카메라 여행자 세트는 898,300원이다. 여기에 여분의 메모리 카드 (512GB) 4개를 더하면 약 29만 원. 맥북 M3 Pro (16인치) 약 430만 원. 여기에 배낭부터 충전기 등 촬영 준비를 다 하면 6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촬영할 수 있는 구색이 갖춰진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저렴하게 꾸려 볼 수도 있겠지만 중고 제품을 구매한다 해도 기본적인 전자 장비와 가방이 있어야 하니 비용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여행 콘셉트에 따라서 텐트, 침낭도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교통 및 숙박
국내 여행은 이동이 자유롭고 경우에 따라서 자전거, 도보 여행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를 나간다면 비행기와 숙소 문제가 여행 경비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배를 타고 갈 수도 있겠지만 배 멀미를 하거나 시간 제약이 있다면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비행깃값을 아끼기 위해서 해외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야 할 수도 있고 장기 여행을 한다면 숙소에서 영상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와이 파이가 되면서 영상 편집과 휴식이 가능한 개인 공간이 확보된 저렴한 숙소를 찾아야 한다.
여행지에 가서 뭘 하든 콘셉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까운 국가를 가도 최소 200만 원의 경비를 예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를 4박 5일 간다고 가정해 보자. 김포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을 가고 하루에 10만 원가량 하는 숙소에서 머문다고 하면 왕복 항공비 50만 원 + 4일 숙박 40만 원에 여행 경비로 110만 원을 사용한다. 200만 원 중 절반 이상이 항공 및 숙박 비용이다.
고행을 하듯 여행하는 것이 머릿속으로 가능하지만 촬영과 영상 편집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거 먹고 타고 하면서 돈도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고생한다고 해서 대단한 여행 유튜버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고생이 체질에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아무거나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조금만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사람이 있다.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국가를 바꾸거나 다른 경비를 줄인다면 조금 더 줄어들고 긴 기간을 여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빠니보틀처럼 유라시아를 여행한다는 계획으로 로컬 사람들처럼 여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교통과 숙박 비용이 여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여행 유튜버들이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세 번째 지속 가능
성과를 얻으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꾸준하게 하기 위한 기준이 저마다 다를 것이지만 그 기준을 6개월 ~ 1년을 잡아야 동기 부여도 되고 여행 유튜버로써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이 기간만큼은 다시는 이만큼 열정을 쏟아붓지 못할 만큼의 힘과 열정이 필요한 시기다.
시간제한 없이 하는 일은 흐지부지된다. 언젠가 해 내기만 하면 된다는 일을 지금부터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
시험공부를 미리 하지 않고 벼락치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으며 꾸준히 시험공부를 한 사람조차 시험 일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한 것이다.
여행 유튜버로 작정했다면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듣는 것과 해 보는 것은 다르다.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해도 1~2시간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예상한 조회수보다 낮게 나오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기획 초기부터 작성 완료를 한 모든 시간이 허비된 생각이 든다.
여행 유튜버로 삶을 시작하고 처음에 200만 원의 경비를 들여서 촬영하고 편집해서 업로드 할 것이다. 그러나 조회수는 100 미만이 나오고 구독자는 거의 없다 시피한 상황일 것이다.
지출한 경비와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1년 동안 버틸 만큼의 예산이 남아있다면 낙심하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해 놓은 기간 동안 후회 없이 찾아보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듯 언젠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 구독자와 조회 수가 수직 상승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품질 좋은 영상. 한번 찾아보기 어려워서 그렇지 클릭만 하면 흡입력이 있는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면 여행 유튜버로써 길이 열린다.
여유 자금
6개월 ~ 1년 동안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그 기간을 버틸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도 해 보고 이번 영상이 좋지 않더라도 다음을 준비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가 있어야 여유 자금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창업의 개념으로 보면 처음에 들인 돈의 10배가 있으면 여유 자금으로써 부족한 돈은 아니다.
각종 장비 세팅을 하기 위해 600만 원을 지출했다면 10배인 6,000만 원이 있으면 여유 자금으로써 부족한 돈이 아니다. 6,000만 원이면 여행 한 번당 600만 원을 지출하면 10번의 여행을 갈 수 있다. 200만 원의 지출이라면 30번의 여행이 가능하다.
빠니보틀처럼 태국에서 시작해서 동남아시아를 육로로 다니고 로컬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훨씬 더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빠니보틀도 꾸준히 구독자들과 지인의 피드백을 통해 여행 콘텐츠를 개선해 나갔고 인도 기차 편을 통해 알고리즘 선택을 받아 흔히 말하는 떡상을 한 케이스다.
여행 방법에 따라 여유 자금이 다르겠지만 여유 자금이 없다면 몇 개월 동안 해외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덧붙이면 여유 자금 + 재능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들 중 이목을 끌려면 재미와 정보가 있어야 한다. 다른 유튜버 따라 해 보여 아류밖에 되지 않으니 방송 재능이 있어야 개선할 점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여행 유튜버
전 세계 곳곳을 다니고 돈도 벌고 유명세도 얻는 꿈의 직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항상 여행을 가야 하고 본인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여행 유튜브만큼 고역도 없을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제일 와닿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치 스포츠 스타와 같아서 직업적 수명이 짧다. 물리적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여행을 계속해 나갈 수도 없고 대중들의 입맛도 시시각각 바뀌니 꾸준히 지금처럼 잘 해도 결과가 이전만큼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홀로 세계 이곳저곳 다니지만 가정 만들기도 쉽지 않고 가정을 만들면 이전과 같이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족이 모두 여행을 해야 하거나 혼자 해외 출장을 다니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면 당장 도전해야 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게 맞는 일을 찾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