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물 (Return)
2007년 2분기 일본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 되었던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중 하나가 있다.
첫 번째에 못 한 것을 두 번째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근 이 대사는 드라마 상황에 한정되지 않고 실제 인생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지금까지 살아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인생을 살면 지금보다 나은 인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인생길에서 과거로 회귀한 뒤 지난 과거의 사건들을 활용해서 돈을 많이 벌든지 공부를 더 잘하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지 않는 길을 찾는 등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도록 과거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미래를 바꾸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현재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음에도
현재를 포기한 채 과거로 가고 싶은 마음이 왜 드는 것이며 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서 많은 미디어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일까?
수저론
어린 시절을 떠 올려 보면 나이 든 어르신 분들이 하신 말씀 중 기억나는 말씀이 있다.
너희들은 꿈꾸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
현재 바라 보고 꿈꾸는 대로 미래의 모습을 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어린이들을 꿈나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시대적 상황을 보면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관적으로 보면 현실이 시궁창이면 아무리 꿈을 꿔도 이룰 수 없다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
이 생각이 바탕이 되다 보니 조선시대처럼 신분제 사회가 아님에도 현재 상태에 따라서 미래는 정해졌다는 생각과 그 미래는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정해진다고 믿는다.
수저론을 떠 올리고 받아들이기 전인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절망 가운데 수저론을 받아들였을 확률이 높다.
노력한 사람만이 낙심하고 절망하기 때문이다.
시험 공부도 많이 공부 한 사람이 결과가 안 좋을 때 낙심하는 것이지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사람은 시험 결과에 낙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수저론이 팽배해 있다는 건 현재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낙심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지금 세대가 쉽게 얻으려고 해서 그런 낙심과 절망에 무너진 것이 아닐 것이다.
이런 낙심과 절망은 개인의 노력 정도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회 제도와 분위기에서 경험하다 보니 생긴 것이다.
그 결과 수저론이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이다.
미래는 태어난 환경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다시 태어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실패 없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모여 회귀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인생은 후회
만약 회귀를 할 수 있다고 생각 해 보자.
회귀를 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회귀를 해 보지 않았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회귀물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영화 <수상한 고개들>에서 류승범이 한 대사를 떠 올려 본다.
인생은 반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
Birth(탄생)와 Death(죽음) 사이의 Choice (선택)
이 말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인생을 살면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고 하나를 선택함으로 남은 하나를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지금 왼쪽을 선택했다면 오른쪽은 포기해야 한다.
회귀 했다고 가정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의 결과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둘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하나를 선택함으로 얻은 하나 보다 잃은 하나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회귀해서 정보를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선택으로 인한 후회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를 일이다.
인생은 반드시 후회가 있다.
둘 중 하나를 잘못 선택해서 후회 할 수도 있고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욕심이 생겨서 둘 다 가질 방법을 찾지 못해 후회할 수도 있다.
불가능 하지만 만약 현재보다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회귀했다고 해도 후회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회귀
현재 회귀를 생각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상황이 불만족스러운 것이다.
후회 해도 좋으니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로 생각될 때가 있다.
게임을 할 때도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없을 때는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지금 세대가 사는 게 힘든 시기라고 하지만 원래 사는 게 힘들다.
냉정하게 보면 경제 지표상으로 봐도 과거보다 힘들 이유가 없다.
조선 시대보다 경제 규모도 커졌고 복지도 늘어났다.
기술도 좋아졌고 예전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도 있다.
그럼에도 살기 힘든 것은 인생은 살기 힘든 것이고 그 힘든 상황을 바꾸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회귀물이 나온다.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회귀물부터 무협지까지 다양한 배경과 인물이 있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회귀 하고 싶어 하는 상황부터 조금 더 나은 모습을 위해 회귀하는 모습이 있다.
공통점은 후회를 바탕으로 회귀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후회라는 공통점을 공감하기 때문에 이 같은 많은 회귀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