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연애
간절한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 누군가 만들어 낸 말들이 있다.
종이학 1,000개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
이런다고 소원이 이뤄질까?
당연히 소원 성취와는 전혀 관련 없다.
정말 위의 일과 행동을 통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소원은 없다.
그런데도 왜 이런 말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소원 성취는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성과 해프닝을 통해서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연애에 관해서 이와 같은 속설이 많이 있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저렇게 하면 매력적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 말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수학, 물리 문제처럼 공식이 존재하는 행동은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변수인 사랑이라는 감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봤을 때,
이상하리만큼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지 않는 것이 사랑의 감정이다.
결국 정답을 알 수 없으니 이런저런 속설들을 바탕으로 임상 실험을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몇 번의 시도 끝에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아무리 흠잡을 곳 없는 상태로 마음을 전해도 개같이 차인다.
운이라는 뜻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 운이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라도 운이 나빠서 일상이 무인도와 같이 혼자 살고 있는 상황 같으면 연애가 안된다.
반면에 평범해도 이성 간에 만날 기회가 자주 있으면 썸 타고 연애한다.
운이 좋은 편이어서 이성 간에 자주 마주치다 보면 인생에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오는 때가 있다.
계산 없이 그저 상대방이 좋고, 가슴 설레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지나고 보면 첫사랑만큼 순수하고 상대방에게 열정이 일 때가 없다.
그런데 순수함, 열정에 관계없이 첫사랑은 실패 확률이 엄청 높다.
어째서 순수한 만큼 가슴을 후벼파는 실패가 뒤따르고, 마음 한편에 추억으로 자리 잡는지 알아본다.
첫 번째, 상대방을 잘못 고른다.
첫사랑은 본인 객관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계산이 없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저런 매력이 있으니 이걸 원하는 사람에게 어필하면 커플이 될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는데,
누울 자리도 안 보고 다리부터 뻗는 게 첫사랑이다.
지나 온 첫사랑의 대상들을 생각해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연예인, 선생님, 유명한 사람, 동창, 오빠, 누나 등등
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관계보다는 대부분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상대방에 대해 순수한 마음이 크다 보니 이성이 감성을 이긴 상태가 된다.
불나방처럼 뒷일 생각 안 하고 돌진한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희박한 상황이라도 해도 사랑은 한계가 없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그 와중에도 이성이 작동해서 고백하기보다는 짝사랑으로 끝내기도 하지만
고백만 하지 않을 뿐 첫사랑에 반한 상대에 대한 마음은 뜨겁다.
하지만 아무리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매력을 파악하고, 그 매력을 봐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고 있다 보니 사랑의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부족한 기술
한 분야에 기술이 있다는 것은 그 분야의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축구를 배워서 기술이 있으면 메시, 손흥민, 호날두처럼 남들보다 축구를 쉽게 잘 한다.
그림 그리는 기술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며칠을 줘도 그릴 수 없는 그림을 쉽게 그려낸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있으면 남들보다 쉽게 연애를 할 수 있다.
프로 선수가 되거나 예술의 경지에 이르려면 재능과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다행히 연애는 그 정도의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다.
어느 정도이 기술만 가지고 있어도 솔로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실패 원인 중 두 번째는 기술 부족에 있다.
같은 생선이라고 해도 회 뜨는 기술이 없는 사람이 회를 떠서 플레이팅 하는 것과 회 뜨는 기술을 배운 요리사가 전문적으로 조리해서 내놓은 생선회는 보기에도 다르다.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외적으로 내적으로 표현할 기술을 아직 못 배운 상태다.
아직 초보 운전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살아오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 옷 색깔, 옷 스타일, 피부 관리, 말투, 억양 등
어느 것이 본인에게 최적화된 것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표현할 기술이 없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수준이다.
초등학교 남학생이 같은 반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서 일부러 괴롭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만약 능숙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첫사랑에서 그게 가능할리 없다.
그 기술은 이론으로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본인의 의지로 여러 객관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임상 실험을 통해야 터득할 수 있다.
그렇게 기술을 쌓아가는 사이에 마음이 상하고,
울 일도 생기겠지만 어쩌겠나 그래야 기술이 느는걸.
세 번째 우리는 인연이 아니다
첫사랑의 상대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관계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기술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안될 때가 있다.
인연이 아닐 때다.
모든 사랑이 마찬가지겠지만 객관적으로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해도 서두에 이야기 한 것처럼 사랑의 감정은 그렇게 생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겐 매력 있는 꽃처럼 보이는 상대방이 누군가에겐 향기 없는 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돈가스는 최고의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겐 기피하는 음식인 것과 같다.
간혹 티브이를 보면 멋지고 예쁜 연예인이어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외모를 가졌음에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볼 때가 있다.
저 정도의 사람이라면 사랑을 실패할 확률이 없어 보이는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본인도 매력을 어필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
사랑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사랑은 매력이 있어야 한다. 매력이라 함은 알 수 없는 힘이다.
그 힘을 설명할 길이 없어서 도깨비 매(魅)를 써서 매력(魅力)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까
첫사랑으로 현재 본인의 사이즈에 맞는 사람을 찾았다고 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닌 사람 붙잡고 강제로 마음 돌릴 수 없는 일이다.
좋아한다고 하는 본인조차도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 돌리지 못해서 사랑을 넘어 집착하고 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첫사랑이 가고 나면 더 좋은 두 번째 사랑이 온다는 희망을 가져 보자.
나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은 표현하기도 하지만 마음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대상은 자신이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는지도 모를 수 있다.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사랑의 표현 자체도 서툴러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고백부터 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에 낙심하지 말고, 나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