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락 매운탕
달아 공원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점심을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행 첫날 가지 못했던 볼락 매운탕 맛집으로 알려진 한산섬 식당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 음식이 있지만 볼락 매운탕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볼락은 어획량이 많지 않아 다른 지역에선 맛보기 힘든 생선이다.
고라니가 우리나라에 몰려 있는 것처럼 통영에서는 볼락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지역 특산물이고 희소성까지 있는 생선이니 통영에 가면 맛이 있건 없건 도전해 봐야 할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매운탕이니 무난한 요리로 먹을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볼락은 회로 먹어도 좋겠지만, 여름 철 타지에서 회를 먹고 탈이 나면 안 된다는 걱정도 있었고, 더운 날이지만 이열치열이라고 매운탕으로 먹으면 따뜻하게 속을 풀어줄 수 있으니 여러 식당 중에 한산섬 식당을 선택했다.
어제는 영업을 종료해서 들어갈 수 없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영업을 하고 있었고, 조금만 늦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꽉 차서 웨이팅을 해야 했다.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서, 근처 공영 주차장 혹은 가게 근처에 주차하면 된다.
운이 좋으면 가게 근처에 주차할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으므로 플랜 B로 근처 공영 주차장을 알아 두면 주차장에서 식당까지 조금 걸어오더라도 마음 편히 방문할 수 있다.
동호 공영 주차장
주소 : 경남 통영시 동호동 315
식당과 약 3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니 멀지 않고, 걸어서 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붐비는 식당 안
아직 11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 가게라서 그런 것일까 정말 맛있어서 그런 것일까 헷갈리긴 했지만 둘 다 일 것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기 전에 자리를 찾아본다.
식당 내부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큰 홀에 식탁들이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처럼 식당 내부 곳곳에 룸이 따로따로 있었다.
식사 인원 3명이라고 전하자 식당 내부에 미로처럼 되어있는 길로 안내를 했다.
그러자 식탁이 있는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식탁은 2개가 있었고, 최대 12명 정도가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일행이 많다면 한 공간에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고, 만약 일행이 없다면 남는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합석해야 하는 구조다.
한산섬 식당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보니 단순한 메뉴로 이뤄져 있고, 그 메뉴들도 크기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매운탕 대, 중, 소 이렇게 나뉜 것이 아니라 어떤 생선의 매운탕이라는 정도로만 구별되어 있었다.
볼락 구이만 대, 중, 소로 나눠놨을 뿐 다른 음식은 양은 정해져 있었다
1인 1메뉴
처음엔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밑반찬이 나왔다.
식당의 메인 메뉴도 좋지만 식당에 오면 어떤 반찬이 나오는지 궁금함이 생긴다.
지역마다 다르고, 식당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동일한 밑반찬이라고 해도 맛이 다르기 때문에 메인 메뉴만큼 그 맛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밑반찬류가 나오면 김치부터 먹어 본다.
밑반찬만 판매해도 되지 않을까 할 만큼 맛있는 밑반찬이었다.
아마 이렇게 맛있는 반찬이 있기에 매운탕과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볼락 매운탕
매운탕이라고 하면 뚝배기에 하나 나올 줄 알았는데 양푼에 나왔다.
매운탕이 아닌 냉면을 담아도 될 것 같은 크기의 그릇이었다.
한눈에 봐도 볼락 3마리 정도가 탕 안에서 보인다.
이 식당의 특징은 매운맛을 낼 때,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와 마늘로만 맛을 낸다고 한다.
떡볶이도 고추장으로 맛을 내는 곳이 있고,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은 안 들지만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추장 또는 고춧가루로 맛을 내는 차이는 잘 모르지만, 고춧가루만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운한 맛을 낸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입자가 고우니까 재료에 조금 더 깊이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맛을 이야기하면, 요즘 매운맛에 비하면 심심한 매운맛이었다.
캡사이신을 무지하게 넣은 인위적인 매운맛을 좋아하지도 않고 먹고 싶지도 않지만 국물이 뭔가 맵긴 한데 심심하다.
매운탕이 막 나왔을 때, 불로 조금 더 졸여야 그 간이 맞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의 매운맛이었다.
국물 안에 기름과 고춧가루가 섞여서 있었는데 이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얼큰한 맛을 내면 좋겠지만, 한 입 먹어 봤을 때 둘 다 따로 노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먹으며 왜 볼락 매운탕이 유명해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밤새 바다낚시를 갔던 사람이나 어업을 했던 어부들이 새벽에 항구에 도착한 낚시 배에서 내린 뒤, 집에 가기 전 속을 풀어 줄 수 있는 아침 식사를 찾다 보니 유명해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는 술안주로 먹으면 이 맛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맛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 최고의 매운탕까지는 아니었다 평양냉면처럼 몇 번이고 먹다 보면 익숙해질 수도 있겠지만 첫인상은 그랬다.
그리고 난관이 있는데 볼락의 가시는 생각보다 많고, 단단했다.
왠지 밥을 말아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공깃밥을 그대로 넣었다가는 입안에서 가시를 뱉어 내느라 제대로 식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볼락 고기만 따로 골라내서 잘 먹고, 혹시나 국물에 있을지 모를 가시를 겉어 내고 밥을 먹든지 국물만 조금씩 떠서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장소 : 한산섬 식당
주소 : 경남 통영시 정동4길 58
식사 끝
계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홀로 나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밖에서는 웨이팅도 하고 있었다.
룸에서 먹느라 밖의 상황을 잘 몰랐는데, 볼락 매운탕 또는 볼락 구이가 이렇게 인기 많은 음식인지 다시 한번 체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