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갈비
포천 맛집을 고르라고 하면 어디를 먼저 고를 수 있을까? 포천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떠 오르는 음식은 갈비. 포천 이동 갈비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어릴 때 포천 이동 갈비와 이동 막걸리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뜻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이동하면서 먹는 갈비인가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먹을 리 없으니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많고 많은 이름 중 왜 이동이 들어갔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동은 포천의 지역 이름 중 하나였다. 포천시 일동면, 포천시 이동면이 있는데 그중 이동면에서 이동이 나온 것이다. 생각보다 단순한 답이었다.
포천의 많은 지역 중 왜 이동면에서 갈비가 유명해 진 것일까? 그 이유를 군부대에서 찾는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군인을 상대로 음식을 판매했는데 포천시 이동면에서는 일명 쪽갈비를 만들어 판매했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군인들이 배부르게 갈비를 먹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 작은 갈빗대에 소고기 살을 이쑤시개로 꽂아 이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10대를 이어서 1인분으로 판매를 했는데 이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까지 갈비 하면 떠오르는 명소가 된 것이다.
지금은 갈비촌이 형성되어서 도로와 이동 수단의 발달로 인해 군부대뿐 아니라 포천의 유명한 산들인 광덕산(1,046m), 백운산(904m), 각흘산(838m)을 오르는 등산객이나 산정호수를 방문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갈비를 먹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면 많은 식당이 원조라고 이야기 하고 음식점마다 방송에 나온 자료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과 여러 자료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포천 이동 갈비촌.
많은 식당들 중 어떤 식당을 선택해야 할까? 원조 갈빗집을 찾고 찾아야 할까? 원조가 분명 맛있을 수 있겠지만 갈비 맛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생각에 여러 갈빗집을 찾던 중 포천 지인으로부터 한 갈빗집을 소개받았다.
명지원
이동면에는 여러 갈빗집들이 있는데 그중 명지원이라고 하는 갈빗집을 소개받았다. 검색해 보니 명지원은 1999년에 시작하였으며 한옥 건물에 넓은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관광지에 넓은 부지를 가지고 대량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대형 음식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판매하는 곳도 맛있겠지만 맛집이라기보다는 프랜차이즈와 같은 느낌이 들어서 특별하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명지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간판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조물의 재료를 볼 때 원가 절감을 위해 모양만 그럴듯하게 만든 구조물이 아닌 값이 나가는 재료로 만든 구조물 같았기 때문이다.
식당 건물을 처음 봤을 때 옛 건물을 살려서 식당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건물 외관과 재료들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주변 환경은 그에 맞게 외관도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잘 관리된 옛 고택 또는 문화재를 보는 것 같았다.
입구에서 만난 각 종 맛집 인증
문을 열기 전 왼쪽을 보니 포천 여행 지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빛바랜 지도 안엔 포천의 여행 코스와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명지원에 식사하러 오는 사람 중 면회객도 있을 것이고 등산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도가 가장 도움 되는 사람은 포천 여행 온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리 준비한 코스가 있겠지만 즉흥적으로 더 좋은 곳으로 계획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본다. 출입문 옆에 각 종 스티커와 간판이 보인다.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경기으뜸맛집
2021 2022 2023 2024 블루리본 서베이 수록
2015 찾아가서 먹는 점심집 (길과맛)
2023 망고 플레이트 인기 맛집
블루리본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수록되었고 그 외 다양한 맛집 인증 스티커와 간판이 함께 있었다. 방송 출연 사진 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사인도 좋지만 스티커 하나하나가 맛집이라는데 신뢰를 주는 것 같다.
음식 주문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디귿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실내였다. 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방문하다 보니 내부엔 앉을 자리가 넉넉했다. 앉은 자리는 등받이가 있는 창가 쪽이었다.
날이 더워서 창문을 열 수 없었지만 등받이가 있어서 편한 좌석이었다. 가을에 방문한다면 창문을 열고 식사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날도 선선하고 방충망이 있어서 벌레가 들어올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동갈비가 메인 메뉴이지만 생갈비, 버섯 생 불고기, 한방 갈비탕, 함흥물냉면, 함흥 비빔냉면, 동치미국수, 된장찌개, 공깃밥이 메뉴판에 있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한 메뉴는 이동갈비 3인분과 함흥 물냉면 1개, 함흥 비빔냉면 1개, 된장찌개, 공깃밥을 각 1개씩 주문했다. 가격을 계산해 보면 142,000원이다.
상차림
음식 주문을 하고 얼마가 지났을까? 곧 상차림이 시작되었다. 명지원의 이동갈비 양념은 주인이 직접 재고 쌀이나 야채, 고춧가루 등 대부분의 재료는 농사를 지어서 만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밑반찬이 나오면 가장 먼저 김치를 맛보곤 하는데 김치와 밥만 먹어도 맛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다그 외 반찬들도 어릴 때 먹던 맛이다.
곧이어 나온 반찬들로 식탁 위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식탁 위를 가득 메웠다. 반찬이랑 밥만 먹어도 맛있고 고기와 먹으면 더 맛있는 반찬들이었다.
김치는 직접 담근 김치 맛이었다. 이전에 이동 갈비를 먹기 위해 몇 군데의 갈빗집을 방문했었다. 다른 이동 갈빗집도 저마다의 장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명지원이 외관이나 음식 모두 가장 깔끔하고 양도 많다고 생각되었다.
이동 갈비
숯불이 들어왔다. 지금부터 한편에 한가득 쌓인 양념 갈비를 석쇠 위에 올려 구우면 된다. 이동 갈비가 시작되었던 초창기엔 갈빗대를 얇게 자른 이른바 쪽갈비를 만들어 판매했다고 한다.
양은 많고 가격은 저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쪽갈비가 아닌 일반적인 갈비로 나온다. 그 시절보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식사류
된장찌개 2,000원에 공깃밥 1,0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된장찌개는 서비스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따로 판매를 하기에 어떤 맛일까 했는데 된장찌개를 다 비울 만큼 맛있고 든든했다.
함흥 물냉면 9,000원. 냉면 육수 안에 토마토가 들어간 것이 특이했다. 토마토가 맛없는 게 아니라 냉면에서 토마토를 볼 줄 몰랐기 때문에 신기했다.
함흥 비빔냉면 10,000원. 물냉면과 마찬가지로 토마토가 들어있었다. 이전에 다른 이동 갈빗집을 갔을 때 바빠서인지 모르겠지만 비빔냉면이 불어서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맛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비빔면 보다 못한 맛이어서 다시는 냉면을 주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내심 불안했는데 명지원에서 나온 비빔냉면은 불지 않고 정갈하게 나왔다.
후식 수정과
양념 갈비는 부드럽고 맛있었다. 다음에 포천 이동 갈비를 먹기 위해 방문한다면 이곳으로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동 갈비와 식사류를 함께 먹고 나니 곧이어 후식으로 살얼음이 들어있는 수정과를 서비스로 주었다.
따뜻한 갈비, 차가운 냉면, 따뜻한 된장찌개 그리고 다시 차가운 수정과.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며 먹었던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였다. 수정과를 한잔 더 달라고 하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명지원에서 서빙하시는 분들은 외국인이었다. 그들이 한국어로 주문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주문한 음식들을 차분하게 서빙 하고 안내 주었다.
여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기온만 제외한다면 하늘과 햇살은 이제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이제 가을이 다가 옮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 : 명지원
주소 :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동로 1258 명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