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요즘엔 극장이 흔하고 접근성이 쉽지만 1998년 전까지 CGV에서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도입되기 전엔 영화관은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쉽게 찾아보기도 어려웠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던 때였다.
영화관의 접근성이 쉬워지고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자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호황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영화관에서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고 기억에 남았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난 뒤 과거를 되돌아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남아있게 되었다.
고전 영화라고 하면 흑백 필름의 영화가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데 이제 20년 전 영화라고 해도 2004년도에 개봉한 영화다.
한 세대를 30년 단위로 봐도 2024년 기준으로 1994년에 개봉한 영화도 고전 영화라고 부를 만큼의 기간이다.
그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현시점에서 보면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영화 들이다.
새로운 것과 신선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다. 그래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단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겨우 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볼까 말까 하는 시대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당시엔 많은 제작비라고 해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금액도 아니고 최신 기술의 영화라고 해도 지금은 보편화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이는 고전 영화를 추억한다.
이미 본 영화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왜 사람들은 자신이 어릴 때 봤던 또는 과거에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될까? 지난 포스팅에서 회귀물이 유행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던 것과 겹쳐지는 내용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다
사람의 얼굴이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 70대가 되면 젊어 보이는 70 대지 절대 20대로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몸이 노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미 그 시간을 기록해 둔 영상 매체이므로 화질이 떨어질지언정 등장인물은 늙지 않는다. 오히려 리마스터 기술로 인해 화질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 시대 상황도 나온다면 잊고 있던 그 당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물리적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과거 영화를 통해 그 영화를 처음 봤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고 그 감성으로 되돌아간다.
그 영화를 봤을 때의 상황이 떠 오르고 누구와 봤으며 그 당시 기분은 어땠는지 기억이 하나 둘 떠 오르기 시작한다.
추억하는 영화가 첫 데이트 때 봤던 영화일 수도 있고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인데 신선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영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만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변한 모습이겠지만 당시 젊은 시절의 모습.
살아생전의 모습이 기록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다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몰입하며 보다 보면 그 시절 그 감성이 새록새록 떠 올라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새로운 해석
또 하나 영화를 보면 그때 봤던 때의 느낌과 지금 봤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시기가 있다. 어릴 때 봤다면 그 나이와 감성 그리고 상황으로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장면을 보게 되면 공감이 되고 마음 깊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부모가 되어 보면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것처럼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가 되었거나 등장인물 속의 나이와 비슷 해 지면 그때는 몰랐던 깨달음과 공감을 하기 때문에 과거 봤던 영화를 보게 된다.
마치 어린 시절 놀이동산을 가면 넘치는 체력으로 이런저런 놀이 기구를 다 타려고 뛰어다닌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겁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놀이동산을 가면 먼저 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그리고 새롭게 경험할 만한 놀이 기구가 없다. 새롭게 도입된 놀이 기구라고 해도 새로운 놀이 기구를 보며 흥분하고 가슴 뛰는 시기가 지났다.
세월이 흐른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서 가슴 뛰는 새로운 경험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10세 어린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30세 성인이 경험했던 일들을 비교해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놀이 기구 앞에 줄을 서고 탑승하기 전 느꼈던 기대감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희미해진 감정이 된다.
10살 때 타던 바이킹과 30살에 타는 바이킹이 다르다는 의미다. 바이킹이란 것을 처음 보고 설렜던 감정과 여러 번 보고 탑승해 봤을 때의 감정은 다르다. 영화도 이와 같다.
영화를 다시 보며 놓쳤던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감정 조연의 감정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모습 등을 공감하고 새로운 해석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로 회귀했지만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주인공 시점으로 회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추억
인생은 추억으로 이어져 있다. 죽을 때 아파트를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재산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다. 추억을 가지고 죽는다.
영화를 봤던 것도 인생에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한번 봤던 영화고 몇 번 봤던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는 것은 같은 추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동일한 감정에 새로운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