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7월
삼복더위가 있는 여름날 휴가를 즐기러 산과 바다로 떠나는 시기가 왔다. 이른바 휴가철이 되었고 더위도 피하고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시간과 여건상 가지 못했던 곳으로 휴가 기간을 사용하여 떠나는 기간이다.
휴가 전날 밤 직장인들은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한번 제대로 잠을 자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잠을 자도 기분 좋게 잠을 자서 일까? 출근 시간쯤이 되면 눈이 번쩍 떠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어서 일찍 기상한 것이 기분 나쁘지 않다. 휴가 계획을 세워 놓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떠도 기분 좋은 것은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즐거움과 원하는 곳을 간다는 마음이 아침부터 활력을 준다.
휴가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기분을 준다. 이때는 그 동안 못 했던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갈 수도 있고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 어디를 가든 회사보다 낫고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떠난다.
인천 강화도는 서울과 인접한 섬으로써 바닷가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멀지 않은 거리로 인해 부담감도 적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방문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리적 위치로 가깝기도 하고 드라이브 코스로 좋기도 하지만 강화도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먹거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통적으로 강화도 특산물에는 인삼, 순무, 화문석, 사자발약쑥, 강화섬 쌀, 속노랑고구마, 갯벌장어, 강화 새우젓 등이 있지만 특산물들 중 식재료들을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늘어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강화도는 바닷가이기도 하지만 마니산이라고 하는 유명한 산이 함께 있어서 수산물을 기반으로 만든 음식점과 육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음식점 모두 발달되어 있다.
그중 산과 들에서 나는 산채 나물을 기반으로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마니산 산채
마니산 산채는 지금은 종영된 2012년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된 음식점이다. 지금은 종영했기도 하고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았던 티브이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억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마니산 산채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음식점이 되었고 지금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음식점으로 성장했다.
마니산 산채 홈페이지를 보니 일산 본점이라고 나와있는데 소개된 연혁을 보면 2012년 강화에서 시작하고 2014년 일산점을 오픈하였다. 가맹 사업을 위한 홈페이지 소개로는 2023년 4~6월 평균 매출이 150,137,633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마니산 산채의 산채 비빔밥 1인분은 13,000원 (2인 이상)이다.
최소한의 객단가는 26,000원이니 이 기준으로 26일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5,774,524원이 판매되어야 가능한 숫자다. 주 6일 기준으로 하루 222그릇이 판매된다.
강화점 테이블 수가 22개로 소개되어 있으니 1개 테이블 당 4명이 앉는다고 하면 만석 기준 88명. 만석 기준으로 약 3바퀴 돌면 얼추 계산이 맞는다.
그러나 수치상 위의 숫자겠지만 200명가량 되는 사람들의 식사를 주 6일 동안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1시간에 약 28명의 식사를 제공하고 테이블을 정리해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지지 않으면 힘든 일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주차장엔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휴가철이라서 사람이 많은 것인지 원래 사람이 많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 사람들이 모두 식사를 하기 위해 온 것이라 생각하니 웨이팅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도 좋지만 기다림이 길어지면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 밖에 있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주차를 하고 음식점 입구로 걸어가는 길. 야외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시간에는 야외에 사람은 없었는데 지금보다 선선해지는 가을에 날씨 좋을 때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추억이 하나 생길 것 같다.
황토색 벽면과 장독대 그리고 기와가 옛 기와집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 화려하게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집을 요즘 자재로 보수한 것 같았다.
실제로 웨이팅이 있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점심시간을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히 사람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나갔는지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 있는 차량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차량으로 예상되었다.
브레이크 타임은 평일과 주말이 달랐는데 평일은 오후 2시 50분 ~ 오후 3시 30분이고 주말엔 오후 3시 50분 ~ 오후 4시 30분이다. 브레이트 타임 시간은 달랐지만 40분 동안 정비하는 것은 동일했다.
식당 내부
식당 내부를 들어가니 개그맨 양세형, 엔싸인 로빈, 산악인 엄홍길 등 유명인들이 다녀간 사인과 사진이 벽면 한편에 걸려 있었다. 그 외의 유명인들도 있을 것 같지만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 맞은편엔 당뇨에 좋은 비수리 (야관문)을 후식 차로 마실 수 있도록 구비해 두었다. 약초가 콘셉트인 식당인 만큼 건강에 관련된 차도 구비한 것 같다. 밤의 빗장을 여는 문이라는 뜻의 야관문. 도대체 얼마나 좋기에 이런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당뇨에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강화군 모범 음식점으로 선정되어 있으며 옛 가옥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요즘 식당 건물들과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만화 식객으로도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이 진행했던 티브이 프로그램.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매장 내 자리 잡은 티브이에서는 방영 회차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각 종 상장들도 가게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메뉴 주문
자리 안내를 받고 벽면에 걸린 메뉴판을 보니 고종 16년 (1879년)에 건축된 건물이라고 한다.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이 자릴 지켰는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건물에 산나물(산채)을 기반으로 한 음식인 콘셉트가 들어맞는 것 같다. 식사는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
주문은 산채 비빔밥 3인분과 산채전을 주문했다.
상차림 및 식사
순환율이 빠른 음식점이라 그런지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본 반찬들이 세팅된다. 초석잠 장아찌, 멸치, 된장국, 깍두기, 오가피, 연근 등등 많은 밑반찬이 상 위에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려진다.
뒤 이어 나온 산채 비빔밥. 특별한 점은 비빔밥 나물이 담겨있는 그릇이 나무로 되어 있는 것이다. 나무가 주는 질감도 좋고, 이렇게 먹을 수 있으니 다른 비빔밥 음식점과 차별점이란 생각이 든다. 비빔밥을 먹는 종류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고추장 소스에 비벼 먹는 것이 있고, 두 번째는 함께 나온 간장과 비벼 먹는 방법이 있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간장을 이용해 비빔밥을 만든다고 했다.
요즘에 매운맛을 인위적으로 강화 시키다 보니 캡사이신을 넣곤 하는데 이곳은 다행히 고추장 소스가 생각보다 비정상적으로 맵지 않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매운맛이라는 생각이다.
주문한 산채전은 더 이상 놓을 자리가 없어서 기본 반찬으로 나온 콩전과 하나로 합쳤다. 밑에 있는 큰 전이 산채전. 위에 있는 작은 전은 기본 반찬으로 나온 콩전.
고추장 소스를 조금씩 넣어가며 비빈 산채 비빔밥. 밑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고, 산채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밑반찬도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함께 나온 된장국은 짰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소 : 강화 마니산 산채
주소 :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182 마니산산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