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
수도권에서 통영까지는 꽤 먼 거리다
출발지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에서 통영까지 400km가 넘고 쉬지 않고 자동차로 달려도 5시간 이상이 걸린다
거리와 시간을 봐도 서울-부산 거리 못지않은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휴가 때 통영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의 나폴리 항구라는 별명도 있지만
시인 백석이 친구 결혼식에서 만났던 박경련에게 반해서, 몇 번이고 통영을 오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고 청혼했는데,
백석이 누구인지 알아 보기 위해 박경련의 외삼촌인 서상호는 그의 지인이자 백석의 친구인 신현중에게 백석의 신상을 물었다
그러자 신현중은 백석은 가난한 집안이라며 험담했고,
결국 박경련은 백석이 아닌 신현중과 결혼하게 된다
백석은 그녀와 못 이룬 사랑의 아픈 마음을 담아
충렬사 앞 계단에 앉아 낮술을 하고 통영 2라는
시를 쓰게 되었는데, 거기서 표현한 글귀 중,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라는 구절을 썼다
못 이룬 사랑에 대한 답답한 감정에
잠을 이루지 못해 바다라도 보겠다는 마음에 쓴 글인지
바다와 여인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자다가도 보고 싶은 여인이라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나폴리, 백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변인을 보면 먼 거리임에도 통영까지 낚시를 하러 가는 걸 보니 뭔가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가 보기로 했다
더우면 시원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휴가일 텐데,
오히려 더운 남쪽으로 찾아가야 하는 통영
태어나서 가 본 적이 없는 곳이다 보니 자료가 필요했다
다행히 통영 시청 웹 사이트에 가면, 관광 자료를 신청할 수 있고 며칠 내로 무료로 발송해 준다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홍보물, 지도 보다 다른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지자체 자료가 아닐까 생각하여 신청하게 되었다
통영 서피랑 공원
통영에 가면 어디를 방문해야 할지 찾던 중 첫 번째 목적지로 통영 서피랑 공원을 선택했다
도착하면 저녁 또는 밤 시간이다 보니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았고, 숙소로 곧바로 들어가자니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아서 시간 제약이 덜 한 공원으로 선택한 것이다
서피랑 공원은 동피랑처럼 마을에 벽화도 있지만,
규모는 작다고 한다
그러나 윤이상과 함께 학교 가는 길, 99계단, 피아노 계단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다
이전에 이곳은 집창촌이었다고 하는데, 2000년대 들어서 정비가 되었고, 동피랑은 2007년에 벽화가 생기며 벽화 마을로써 변화가 생겼지만, 서피랑은 그보다 늦은 2013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서피랑 공원을 찾는 이유는 단순했다
서포루에서 야경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5시간은 운전해야 하고, 심지어 주차장에서 걸어서 언덕인지 산인지 정상까지 올라가야 해서 정말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곧바로 숙소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고 언제 통영 야경을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하여 첫날 관광지로 정했다
통영까지 내려가는 길은 빗길이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날이었고,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운전의 피로도는 맑은 날 보다 몇 배는 높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통영으로 갈수록 비가 잦아들었다
통영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었던 한산섬 식당은 오후 7시 30분임에도 마감되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맛집이라 문을 빨리 닫은 건지
손님이 오늘따라 많았던 건지 모르겠다
대여섯 운전하며 빗길을 뚫고 왔지만
맛이 있건 없건 먹어 보지 못한 음식에 대해 아쉬웠다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대신하기로 하고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서피랑 공원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서피랑 공원 주차장
서피랑은 주차할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야경을 보려면 서포루와 가까운 곳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이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장소 : 서피랑 공원 주차장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명정동 305-13
맞은편엔 박경리 생가가 있는 곳이고, 주차장에 화장실도 있다단점이라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서포루를 향해
주차를 하고 주변을 보니 서피랑 공원이라는 안내판과 그 안에 통영의 각 지역이 표시된 지도가 있었다
표시된 지도를 자세히 보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하늘은 흐렸으나 다행히 비는 안 왔다
빗길을 뚫고 왔으니 통영에서도 비 오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지금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이 날은 태풍 송다가 북상한다고 하여,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되었는데 태풍이 비껴간 것인지 아니면 잠시 잠잠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이므로 언제 비가 쏟아질지도 모르고 여유롭게 둘러볼 만큼 체력도 있지 않으니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사실 정상의 서포루만 보고 가기에는 서피랑 공원은 이곳저곳에 볼거리가 많았다
미리 조사했던 것처럼 음악 정원, 음악계단, 뚝지 면당 99계단 등 이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있었다면 한군데 한군데 다 둘러봤을 것이다
낮이라면 더워서 힘들겠지만 밤에는 적어도 뜨거운 태양은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오니 피크닉장이 보인다
빈 공간을 이렇게 활용하는 걸 보니, 지자체의 노력이 보인다
이곳은 금연 구역이다
태풍이 지나간 것 때문인지 비가 와서인지 습도가 조금 높은 걸 제외하면 열대야도 없고 공기도 쾌적했다 그러나 우산이 없는 상태이므로 안심할 수 없었다
서포루가 눈앞에
서포루를 조명이 밝혀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길 곳곳에 조명이 있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다만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좋다
낮에 왔다면 올라가는 동안 땀이 날 수 있어서 땀에 절은 모습으로 서포루를 올라갈 수 있다
다행히 밤에 왔고 기온도 높지 않았다
적당한 바람까지 불어서 걸어 올라가기엔 좋은 때였다
벽만 있었다면 삭막했을 것 같은데 좋은 글귀가 적혀있고 그림도 군데군데 있었다
중턱에서 바라본 야경
산을 오를수록 경치가 달라진다
고도가 달라지고 위치가 달라지니 같은 풍경이라고 해도 달리 보이는 것이다
중턱에 다다르자 몇 갈래 길이 보였다
서포루가 있는 정상까지는 직진으로 가면 되지만, 오른쪽을 바라보니 돌아서 주변을 볼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직진으로 올라가면 짧은 거리로 단시간에 정상을 갈 수 있지만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풍경과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뒤 돌아보니, 산 정상에 건물이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여황산 북포루
그곳은 적의 침입을 감시하던 곳으로 1993년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적을 찾아냈다면 왜적일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경사는 가파르지만 이제 거의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앞만 보며 올라갈 때는 모르지만 뒤 돌아 보니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곳에 살고 계시는 주민은 별다른 없는 일상이겠지만
여행을 와서 바라 보니 평범한 주거지 라기보다는
멋진 풍경 중 하나로 보인다
공원 안내도가 보인다면,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다
안내도에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일들이 적혀있다
공원 훼손, 음주 가무, 흡연, 쓰레기 투기, 노점, 취사 및 야영 금지 등등
서포루
얼마를 걸어 올라왔을까?
곧 있으면 서포루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1872년 통영 고지도
경상남도 기념물 제106호(1991.12.23)인 통영성은
조선 숙종 4년(1678) 윤천뢰(尹天賚) 제57대 통제사가
처음 쌓았다 성의 둘레는 약 3,660m(11,730尺), 높이 4.7m(1丈半), 성가퀴 707개의 평산성(平山珹)으로 북문 북쪽의 여황산 기슭에서 서문 북쪽의 산기슭까지 여황산 양쪽 등성이 약 1km는 토성(土珹)이고 나머지는 석성(石珹)이다
라고 적혀있었다
통영 야경
서포루를 등지고 간간이 불어오는 습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통영 앞바다를 바라본다
도시의 불빛과 심하게 어둡지 않은 하늘
그리고 아직 내리지 않는 비로 인해 통영 야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과정은 힘들지만 그냥 지나쳤다면 아쉬울 뻔했다
만약 오는 길에서 만난 비처럼 많은 양의 비가 왔다면,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 곧바로 숙소로 직행했을 것이다
큰 비가 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되돌아보며 아경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통영에서 아침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큰일 없이 일상을 지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통영을 향해 반나절 이상 운전해서 왔을 것이다
서포루 (서피랑)
통영성의 서쪽에 있는 서포루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가파르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나 절벽이 서쪽에 있다 하여 서피랑으로 불렀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강구안은 절경이다.
시가지의 높은 피랑(벼랑)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한 토박이 지명이며, 한자 지명으로는 서산(西山)이라 칭했다.
지금은 야경을 바라보는 장소였지만, 이전에는 홍등가가 있던 지역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있던 지역이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정비 사업을 통해 누구나 올 수 있는 쾌적한 공원으로 바뀌었다
옛날 건물처럼 생겨서 출입이 불가한 줄 알았는데, 신발을 벗고 서포루에 올라갈 수 있었다
같은 풍경을 봐도 서포루에 올라서 바라보는 통영의 야경과 강구안의 풍경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봐서 그런지 새로운 느낌이 든다
야경을 보고 내려갈 마음에 서포루 주변을 보니,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었다
통영 문화동 배수(配水) 시설
이 시설물은 일제강점기에 이 지역 일대의 물을 공급하던 배수 시설이다. 통영 시내가 잘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 위에 있으며 육각 형태의 건물에 돔형 지붕과 아치형 입구를 만들고, 석조를 돌출시켜 장식하였다.
근대 배수 시설 건축 양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이곳은 조선시대 뚝기(纛旗, 둑기)를 모셨던 뚝사당(纛祠, 둑사)이 있었으며, 일제강점기 초기 공설운동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서 일부러 물을 받지 않은 것인지, 비가 왔음에도 물은 고여있지 않았다
이 아래를 내려가면, 전통 정원과 민속놀이 마당이 나온다 그러나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는 수고를 해야 하므로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다
깊어가는 한 여름밤
서포루와 함께 바라보는 하늘과 도시 그리고 강구안은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7월의 마지막 날
여름날의 서포루는 통영의 야경과 강구안은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기억되었다
밤에 아름다운 항구가 여수항이고, 낮에 아름다운 항구는 통영의 강구안이라고 하는데 밤의 모습도 여수 못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