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길
꽃은 종류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
그중 수국은 6월 중순부터 개화하여, 7월 초가 가장 아름다울 시기다.
통영을 떠나야 하는 날이지만 그냥 떠나기 아쉬워 찾아본 곳 장소가 광도천 수국 꽃길이다.
통영 시내와 약 7km 정도 떨어져 있고,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있는 북통영 IC 근처에 있는 장소였다.
통영 떠나기 전 잠시 들르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덕포교와 노산교 사이의 수국 꽃길이며 매년 6월 중순 광도빛길 수국 축제를 개최한다.
지금은 8월 초라서 수국이 만발할 시기는 아니지만, 예쁜 수국을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통영을 그냥 떠나기 아쉽다는 마음에 방문했다.
마치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처럼 수국이 만발하는 광도빛길 수국 축제 기간 중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축제가 끝나고 수국이 점차 자취를 감추는 시기여서 이날은 사람이 많이 없었다. 이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은 광도천 주변을 걷거나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었다.
광도천에 있는 길은 수국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산책 코스가 있어서 풀코스를 걷는다면, 왕복 4.1km의 코스를 1시간 4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강가를 한가롭게 걸으며 아직 모습이 남아있는 수국과 녹색 배경의 산과 한적한 논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한 꽃길
같은 음식이라도 플레이팅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처럼 꽃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라고 해도, 어디에 심어져 있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 보인다.
통영 방문하거나 다시 나갈 때 거치는 북통영 IC는 통영 시내 기준으로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통영 시내와 달리 도심의 풍경보다는 농촌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시골 풍경이 나올 때 모습과 비슷하다.
어디선가 밀짚모자를 쓴 초등학생들이 잠자리 채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어린 손주가 타고 어딘가를 가는 모습이 있을 것 같다.
한가롭지만 심심하지 않은 풍경이 이곳 광도천 수국 꽃길이다.
길가에서 빨간 우체통을 흔히 볼 수 없는 것 같다.
우편물이 있어도 모두 우체국 안에서 접수하고 보내기 때문이다.
빨간 우체통을 보니 오래간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일반 우체통이 아닌 특별한 용도가 있었다.
제 5회 광도빛길 수국축제 공모전 (사진, 수기, UCC Contest)
응모 자격 : 통영시민
접수 기간 : 2021.6.18 (금) ~ 7.9 (금)
공모 부분 : 사진, 수기, UCC
분량 : A4용지 2매 이상
글씨체 : 휴먼 명조 (글자 크기) 12 포인트,
줄 간격 160%, 장평 10%, 자간 0%
수국 길 내 설치된 우체통에 편지 형식으로 제출.
수기 분야 공모전 참가자는 우체통에 작품을 제출해 주세요.
이렇게 쓰여있었다.
2022년도 6월에 제6회 광도빛길 수국축제가 있었지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바뀌었다.
꼬마 화가 사생 대회가 열렸으며, 당일 접수를 한 어린이 (유치부 30명, 초등부 60명)들이 그림을 그리는 대회로 바뀌었다.
아마 수기, 사진, UCC 등을 모두 검토하고 순위를 매기기엔 힘들기 때문에 다른 행사로 바뀐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광도빛길 수국축제 때 열리는 시민 참여 행사가 해마다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축제는 매년 하고 있으니, 통영 시민이나 이 축제 기간 중 통영을 방문할 사람들이라면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광도 빛길, 수국으로 물들다.
수국은 자양화라고도 하며 습기가 있는 그늘에서 잘 자라고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분포되어 있다.
꽃은 6~7월에 피기 시작하여 초기에는 연둣빛의 흰색이었다가 점차 밝은 푸른색으로 변하여 나중에는 붉은 기운이 도는 자색으로 바뀐다.
꽃의 색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달리하는데 산성 일 때는 푸른색, 중성일 때는 흰색, 알칼리성 일 때는 붉은 색을 띤다.
수국은 이처럼 다양한 빛깔을 머금고 있듯 여러 꽃말이 있는데
보라색은 사랑, 진심
분홍색은 소녀의 꿈, 처녀의 꿈
흰색은 변덕, 변심
파란색은 냉정, 거만을 뜻한다
이곳에 심어진 수국은 Endless Summer (끝없는 여름)라는 종으로 약 2,000주가 심어져 있으며, 광도면에서 2017년도에 광도면의 꽃으로 지정하였다.
한편, 이곳 노산 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군사 소식을 전하는 역참인 구허역이 있었던 곳으로써 왜군에 맞서 싸운 수군과 백성들의 피땀어린 승전보를 임금에게 보내던 출발지가 되어 우리 민족에게는 희망의 빛을 전한 길, 광도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이다.
수국의 특징, 품종, 꽃말 등과 함께 우리나라 역사까지 함께 알 수 있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은 차량이 없이는 방문하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지도를 보니, 통영 중앙시장에서 버스를 타면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 정류장에 내린 뒤, 10분 정도 걸어야 광도천 수국 꽃길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곳인데 자차로 이동하는 것과 비교하면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 보니 차량을 가지고 올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별도의 주차장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주차를 한다면 광도천 수국 꽃길 옆에 주차를 하거나 근처 길가에 주차를 하는 수밖에 없다.
수국을 만나다
절정의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그래도 곳곳에 수국들이 남아있다.
강력한 생명력이다.
분홍색인 걸 보니, 수국 꽃말 중 하나인 소녀의 꿈, 처녀의 꿈이라고 쓰인 안내가 떠 오른다.
분홍색을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편의 시설
꽃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편의 시설들이 있었다.
80년대 ~ 90년대 초등학생 시절을 지냈다면, 교실에서 봤을만한 의자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에겐 추억의 의자이고, 아이들에겐 신기하고 예쁜 의자로 보일 것이다.
의자에 다시 페인트를 칠해서 화사해 보여서 보기에도 좋고,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물론 그전에 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앉아서 휴식이 가능하다.
자연이 만들어 낸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면, 잊지 못할 추억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보인다.
크기를 보니 3명이 앉으면 적당한 크기다.
함께 온 사람들과 같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의자에 앉아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저 너머로 산 밑의 마을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저 마을에 누가 살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 궁금증이 광도천 수국 꽃길에 있으니 그와 비슷하게 이 길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광도천 수국 꽃길에서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니,
2019년 유행했던 문장 중 하나인 여름이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곳이다.
봄철 농부들이 모내기를 한창 해서 심은 벼.
그렇게 논에 자리 잡은 벼는 뜨거운 햇살과 태풍을 이겨내며 가을에 쌀을 맺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논과 논 사잇길을 걸으며 논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며, 추수할 때까지 돌보는 농부의 수고가 없다면 쌀은 우리나라의 주식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수국을 보며 (시인 이해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가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 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을 보고, 꽃 길을 걸으며, 산과 논 그리고 냇가를 본다.
지나갈 여름날의 이 풍경을 간직하고자 사진을 찍으며 돌아서는 길.
시인 이해인의 시를 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언제 다시 방문할지 모르지만 추억만큼은 마음에 깊이 남는다.
장소 : 광도천 수국꽃길
주소 : 경남 통영시 광도면 노산리 44